최양업 신부의 서한은 모두 라틴어로 작성되었는데, 여기에서는 1984년 한국교회사연구소에서 출판한 임충신. 최석우 역주의 라틴어 대역본인 「최양업 신부 서한집」을 인용하였다.



권고의 말씀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십자가의 길을 통하여 그리스도와 일치되어 그분이 걸었던 고통의 여정에 참여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 십자가의 길에서 우리의 나약함을 고백하며 신앙의 신비를 체험하게 될 것이고 또한 분단되어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화해와 일치의 은총을 구하게 될 것입니다. 겨레의 구원과 이 땅에 하느님 나라가 임하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투신한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우쳐 줍니다. 우리 모두 한마음이 되어 십자가의 신비를 묵상하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여정에 등불이 되기를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기도합시다.

인자하신 천주여 당신의 수난 신비에 참여하려는 우리에게 참된 통회의 은총을 내려 주시어, 가정과 이웃 안에서 십자가의 신비를 살며, 순교 성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진리를 증거하며,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제 1 처. 예수, 사형 선고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 예수 그리스도여.... ◎ 주의 십자가로...



빌라도는 군중에게 "그러면 당신들이 유대인의 왕이라고 부르는 이 사람은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소?" 하고 물었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하고 군중이 소리지르자 빌라도는 "도대체 그 사람의 잘못이 무엇이요?"하고 또 물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더욱 큰소리로 "십자가에 못박으시오!"하고 외쳤다. 그래서 빌라도는 예수를 채찍질하게 한 다음 십자가형에 처하라고 내어 주었다(마르 15,12-15).



외교인들은 교우들 사이에 일어난 사실들을 더 잘 듣고 알며 교우들을 더욱 의심합니다. 그들은 모함과 비평의 소리를 들을 뿐, 진실은 듣지 못합니다. 외인들 사이에 돌아가는 이야기들은 교우들의 체포, 투옥, 형벌, 사형 등등이고, 또는 교우들의 몰락, 비참한 생활... 등등에 대한 것뿐입니다. "교우들은 부모 친척도 몰라본다. 제사와 위패도 배척한다. 금수만도 못하다. 오륜 삼강에서 벗어난 놈들이다...." 이렇게 교우들을 욕하고 증오합니다.

- 최양업, 여덟 번째 편지 -



기도합시다.

우리를 위해 사형 선고를 받으신 주여, 남과 북으로, 동과 서로, 이웃과 이웃이 갈려 서로를 모함하고 비판하고 질시하고 단죄하는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우리로 하여금 당신 성자의 수난 신비에 참여케 하시고, 질서와 증오를 사랑과 희생으로 참아 받은 신앙 선열들의 순교 정신을 배워 깨닫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주의 기도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2 처. 예수,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 예수 그리스도여.... ◎ 주의 십자가로...



나를 따르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자신을 버리고 매일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와야 합니다.(루가 9,23)



우리 교우들은 관가에 잡혀가서 용감하게 신앙을 증거하였습니다. 관원으로부터 하느님을 능욕하라고 재촉 받았을 때 "이 세상의 임금을 욕하여도 죄악이 되거늘 하물며 하늘의 임금이신 조물주께 욕을 한다는 것은 천상천하에 용납 못할 극악 대죄입니다. 우리는 죽어도 이런 죄악을 범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십자가를 지신 예수께서 갈바리아 산상으로 올라가시는 것을 영혼의 눈으로 보며,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

- 최양업, 열한 번째 편지 -



기도합시다.

우리의 모든 고통과 죄를 지고 가시는 주여!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당신을 증거하며 각자 자신 앞에 놓여 있는 크고 작은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갈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영혼의 눈으로 보며 박해와 능욕 속에서도 힘과 용기를 얻었던 순교 성인들의 모범을 따라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주의 기도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3 처. 예수, 기진하시어 첫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예수 그리스도여.... ◎ 주의 십자가로...



우리의 쓰라림들을 그가 맡아 가지고 갔도다. 또 우리의 고통들 그것들을 맡아지고 갔도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천벌 받은 자로, 천주께로부터 매맞는 자로, 학대받은 자로 여겼었노라. 우리는 모두 양떼처럼 헤매었고, 저마다 제 길로 향하여 갔었도다. 그러나 야훼께서는 우리 모든 이의 잘못을 그에게 지우셨도다(이사 53,4.6).



크리스천 겸덕을 가르쳐 주십시오. 조선에서는 참된 겸덕의 관념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평가할 줄 모르면 인간의 지위와 가치를 세속영화와 부귀공명에서 찾을 줄만 압니다. 우리 교우들 중에서도 신분의 계급 차이로 서로 질시하고 원수처럼 대하므로 분열이 일어나 큰 걱정입니다. 무슨 대책은 없는지요? 그대로 내버려두었다가는 교중에 큰 손실을 초래하겠습니다.

- 최양업, 아홉 번째 편지 -



기도합시다.

우리의 이기심과 분열과 무관심으로 고통받으시는 주여! 이기심과 잘난 체하는 마음으로 우쭐거리며, 동족과 이웃에게 아픔을 주는 우리의 나약함을 굽어보시어 참된 겸손과 일치의 정신을 깊이 새겨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주의 기도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4 처. 예수와 성모 서로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 예수 그리스도여.... ◎ 주의 십자가로...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제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하고 대답하였다.(루가 1,38)



당신들은 울며 슬퍼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입니다. 지금은 당신들도 근심에 쌓여 있지만 내가 다시 당신들을 보게 될 때에는 당신들의 마음은 기쁨에 찰 것이며 그 기쁨을 아무도 당신들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입니다(요한 16,20,22).



마치 고해성사를 주고 있을 때였는데, 그들은 내 집을 습격하고 점심때부터 밤중까지 내게 욕과 저주와 엄포, 공갈을 퍼부었습니다. "...네가 어디 견디나 보자. 내일 홍사에 묶여 도둑들의 감옥으로 가리라...." 이렇게 고래고래 소리질렀습니다. 그러다가 그들은 잠을 자라 갔습니다. 나는 회장들의 권고로 밤에 일어나서 미사도 못 지내고 날이 새기 전에 그곳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많은 교우들이 그 전날 고해성사를 받았으나 영성체는 못하였습니다. 성사를 받지못한 남은 교우들은 다음날 100리나 되는 험준한 길을 무릅쓰고 다른 공소로 와서 성사를 보았고, 집에서 나올 수 없는 교우들은 실망과 한숨 속에 성사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 최양업, 일곱 번째 편지 -



기도합시다.

십자가의 길에서 어머니 마리아를 만나신 주여! 한 핏줄 한 겨레이면서도 갈라져 벽을 쌓고 무관심하게 살아온 우리를 굽어살피소서. 당신의 고통의 신비에 함께 하시는 성모 마리아의 간구를 들으시어 우리로 하여금 무관심과 이기심에서 해방되어, 열절한 마음으로 주님을 찾았던 선인들의 인내와 용기를 닮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주의 기도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5 처. 시몬이 예수를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합시다.

+ 예수 그리스도여.... ◎ 주의 십자가로...



그때 마침 시몬이라는 키레네 사람이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들은 그를 붙들어 억지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였다(마르 15,21).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곧 내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

서로 남의 짐을 져 주십시오. 그래서 그리스도의 법을 이루십시오(갈라 6,2).



지금까지 나는 내 포교지 밖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발길은 달리고 뛰고 있으나 얼굴은 무겁게 숙여집니다. 이는 나의 죄악과 빈곤과 허약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풍부한 자비심에 희망을 갖고 하느님의 섭리에 나 전체를 맡깁니다.... 나의 빈약함과 연약함을 생각하면 두렵습니다만 주께 바라는 굳센 믿음으로 결코 실망하지는 않겠습니다. 원컨대 저 십자가의 능력이 내게 힘을 주어, 내가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 외에는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최양업, 세 번째 편지 -



기도합시다.

당신의 십자가를 시몬과 함께 나누어지신 주여, 불신과 무관심으로 이웃의 고통, 겨레의 아픔을 외면하며 살고 있는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아픔과 궁핍, 불행 속에서 신음하는 이웃과 동포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는 희생의 마음을 우리에게 내려 주소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주님 외에는 아무 것도 배우려 하지 않았던 신앙 선조들의 정신을 오늘 우리에게도 허락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주의 기도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6 처. 베로니까, 예수의 얼굴을 씻어 드림을 묵상합시다.

+ 예수 그리스도여.... ◎ 주의 십자가로...



내 몸소 능욕을 당하여, 부끄러움에 낯을 들 수 없음은 오로지 님 때문이 아니오니까? 나는 형제들에게도 딴 나라 사람, 내 어미의 소생에게도 남이 되었나이다(시편 68,8-9).

이 백성은 괴로움을 참다못해 마침내 나를 애타게 찾으리라. 어서 야훼께로 돌아가자! 그분은 우리를 잡아 찢으시지만 아물게 해주시고, 우리를 치시지만 싸매 주신다. 이틀이 멀다 하고 다시 살려주시며 사흘이 멀다 하고 다시 일으켜 주시리니, 우리 다 그분 앞에서 복되게 살리라. 그러나 그리운 야훼님 찾아 나서자(호세 5,15-6,3).



교우 촌락을 두루 순회하며 빈민들의 불쌍하고 궁핍한 처지를 목격할 때 저들을 도와 줄 능력이 없는 나를 원망합니다. 저들은 정부의 학정에 시달리고 비참한 곤경에 빠져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기 무기력합니다. 동포들의 박해, 부모들의 박해, 친척들과 이웃들로부터도 박해를 받습니다. 그들은 험준한 산 속으로 들어가 초라한 움막을 짓고 이틀이고 삼년이고 간에 마음놓고 편안히 살 수만 있다면 그것을 행복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 최양업, 일곱 번째 편지 -



기도합시다.

고통받는 얼굴을 우리에게 감추시지 않으신 주여! 분단의 아픔으로 쌓여진 깊은 상처를 아물게 해주시고, 고통받는 형제들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을 우리에게 허락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주의 기도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7 처. 예수,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예수 그리스도여.... ◎ 주의 십자가로...



어려운 일을 하고 무거운 짐에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내게로 오시오. 내가 여러분을 편히 쉬게 하겠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내 제자가 되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입니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습니다.(마태 11,28-30)



나는 주께 바라는 데에는 소홀하였고, 인간의 힘에는 너무 의존하였으므로 무수한 죄를 지었습니다. 그 벌로 주의 은혜를 받는데 장애가 되었습니다. 주여, 내가 당신 분노의 원인이

되었으면 용서하십시오.

- 최양업, 여섯 번째 편지 -



기도합시다.

세상의 죄라는 무거운 짐에 눌려 넘어지신 주여, 한 핏줄 한 겨레이면서도 서로 헐뜯고 싸우는 데 익숙해진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우리로 하여금 교만과 이기심에 깨어나 겨레의 일치와 화해를 위하여 조그만 짐이나마 기꺼이 지고 갈 수 있는 용기를 허락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주의 기도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8 처. 예수,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 예수 그리스도여.... ◎ 주의 십자가로...



수많은 군중이 예수를 뒤따랐는데 그들 중에는 예수를 보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여인들도 많이 있었다. 예수께서는 그 여인들을 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예루살렘 여인들이여,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오히려 당신들과 당신네 자녀들을 위하여 우시오."(루가 23,27-28)



그러나 이 모든 쓰라린 일을 하느님을 위해 참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위로이시요, 우리의 바람이시요, 우리의 원의이신 그분 안에서 우리는 살아야 하고, 또 죽어야 합니다....고국으로가려 하는데 날마다 그 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나 나의 동포들이 회개하여 우리의 조물주이시오 구세주이신 하느님을 시온 성에서 찬송할 날이 올 것인가요! 만일 우리가 부당하면 적어도 성교회의 간곡한 기도가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불쌍한 동포들에게 깨닫게 해주시기를 빕니다. 그들과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 구속되었기 때문입니다.

- 최양업, 첫 번째 편지 -



기도합시다.

올바른 이를 보살피시고 죄인을 내치지 않으시는 주여, 불신과 무관심, 냉대와 증오, 비판과 무함에 길들여진 우리의 단단한 마음에 용서와 화해의 은총을 심어 주시고 갈라진 이 겨레로 하여금 통일과 일치의 기쁨을 맛보게 하시어 온 겨레가 당신의 구원을 깨닫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주의 기도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9 처. 예수, 기진하시어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예수 그리스도여.... ◎ 주의 십자가로...



주님께서는 "내 권능은 약한 자 안에서 완전히 드러난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리스도의 권능이 내게 머무르도록 더 없이 기쁜 마음으로 나의 약점을 자랑하겠습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약해지는 것으로 만족하며 모욕과 빈곤과 박해와 곤궁을 달게 받습니다. 그것은 내가 약해졌을 때에 오히려 나는 강하기 때문입니다.(2고린 12,9-10)



이 귀양살이에서 다시 한 번 편지를 씁니다. 아직도 우리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느님께 의합한 것 외에 무엇을 찾겠습니까? 우리는 썩어 없어질 이 세상이나 우리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주님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주께서는 우리를 꿰뚫어 보시며 우리의 아무런 도움 없이, 영원 무궁지세로부터 모든 것을 안배하셨습니다. 기다리고 참는데 대한 우리의 고통이 아직도 미약합니다.

- 최양업, 여섯 번째 편지 -



기도합시다.

당신 성자를 한없이 낮추심으로써 인류를 구원하신 천주여, 당신께 충실하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시고 우리 모두에게 회개의 은총을 내려 주시어 화해와 일치의 밑거름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주의 기도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10 처. 병사들이 예수의 옷을 벗김을 묵상합시다.

+ 예수 그리스도여.... ◎ 주의 십자가로...



그들은 주사위를 던져 각자의 몫을 정해 가지고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가졌다(마르 15,24).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면 먼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합니다(루가 14,33).



그 밤으로 읍 밖으로 쫓아내며 자기 관할 밖으로 나가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또 포졸들이 읍민들과 같이 횃불을 켜 들고 우리 주막을 습격하고 소란을 피우며 옷을 찢고, 신발과 갓을 벗기고 상처를 입힌 후 읍내에서 우리를 추방하였습니다. 추위를 피하고 밤을 지내기 위해 유숙했던 주막에서 쫓겨나 매를 맞고 또 의복이 찢겨져 살이 반쯤 드러났고, 강추위로 몸은 꽁꽁 얼어붙었고, 깊은 눈 속에 발은 푹푹 빠지고, 능욕과 고통으로 기진맥진하여 캄캄 칠야에 비틀거리며 걸어가면서도 관가에서 놓여난 것만 기뻐하면서 뚜벅뚜벅 걸어갔습니다.... 이렇게 우리 교우들은 자리를 잡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나그네 모양 떠돌며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 최양업, 열여섯 번째 편지 -



기도합시다.

당신의 생명까지도 아낌없이 내어 주신 주여, 민족과 이웃을 구분하여 "차지하고 소유하는 문화"에 익숙해진 우리를 굽어보시어,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수난 신비를 깨닫아 "주고 나누는 문화"가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하소서, 또한 박해와 고통 속에서도 모든 것을 버리고 의연히 생명의 주님을 따르던 신앙 선조들의 모범을 본받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주의 기도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11 처. 예수, 십자가에 못박히심을 묵상합시다.

+ 예수 그리스도여.... ◎ 주의 십자가로...



마침내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았다. '유대인의 왕'이라고 쓰인 명패가 예수의 죄목으로 달려 있었다(마르 15,24,26).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달려 죽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19-20).



그리스도의 용사들이 싸우는 저 전쟁에 나는 참여하지 못하였습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이렇듯이 훌륭한 내 동포들이며, 이렇듯이 용감한 내 겨레인데 나는 아직도 연약함과 나약함 가운데 신음하고 있습니다. 인자하신 아버지시여, 당신 종들의 피가 호소하는 소리를 들으소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당신의 인자와 권능의 팔을 보이소서. 언제나 나도 신부님들과 내 동포 형제들이 겪는 고난과 수고에 참여하기에 합당한 자가 되어 그리스도의 고난에 부족한 것을 기워, 구속 공부를 완성할 수 있을까요.

- 최양업, 두 번째 편지 -



기도합시다.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시기 위해 이 땅에 못박히신 주여, 이념과 무익한 구조에서 우리를 해방시키시어 우리 모두를 당신 사랑의 왕국에 들게 하시며 용감하게 신앙을 증거한 순교 선열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 땅에 화해와 일치의 모범을 보이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주의 기도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12 처. 예수,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심을 묵상합시다.

+ 예수 그리스도여.... ◎ 주의 십자가로...



낮 열두 시가 되자 어둠이 온 땅을 덮어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세 시에 예수께서 큰 소리로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하고 부르짖으셨다. 이 말씀은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 다. 예수께서는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셨다. 그때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폭으로 찢어졌다. 예수를 지켜보고 서 있던 백부장이 예수께서 이 와 같이 숨을 거두시는 광경을 보고 "이 사람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었구나!"하고 말하였다(마르 15,33-34,37-39).

벗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사랑은 없습니다(요한 15,13).



그 후 나는 큰 희망과 조바심을 가지고 교우들을 기다렸으나 끝내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밤에는 사방에 횃불을 켜고 조선 배들이 경비하였고, 낮에는 아무도 우리에 접근하기를 허락지 않았습니다. 관원 하나를 따로 만나서 "조선에 교우들이 있는가? 임금은 아직도 그들을 박해하는가?"고 물었더니 그는 "임금이 엄하게 그들을 벌하며 많은 교인들을 죽였고, 아직도 죽인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주여, 우리의 괴로움을 돌아보시고, 당신의 인자하심을 기억하소서. 우리의 죄악을 보지 마시고, 예수 마리아의 자비로운 성심을 보시고, 당신 성인들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 최양업, 다섯 번째 편지 -



기도합시다.

연약한 인간을 위하여 당신 생명을 바치시며 우리 모두를 하느님과 화해시키시고 그 자녀가 되게 하신 주여, 우리로 하여금 그 수난 공로에 합당한 자가 되도록 이끌어 주시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주의 기도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13 처. 예수의 성시, 십자가에서 내려짐을 묵상합시다.

+ 예수 그리스도여.... ◎ 주의 십자가로...



안식일에 시체가 십자가에 그냥 남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빌라도에게 십자가에 달린 사람들의 다리를 꺾어 숨지게하여 그 시체를 치워 달라고 청하였다. 병사들이 와서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사람들의 다리를 차례로 꺾었다. 그러나 예수에게 가서는 이미 숨을 거두신 것을 보고 다리를 꺾는 대신 병사 중 한 사람이 창으로 예수의 옆구리를 찔렀더니 거기서는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요한 19,31-34)

큰물도 사랑만은 끌 수가 없고 강물도 쓸어 가지 못하옵니다(아가 8,8)



전능하시고 인자하신 하느님, 우리의 잘못과 죄과를 기억하지 말으시고 우리의 죄악대로 우리를 갚지 마옵소서! 하느님, 우리를 돌아보시고 보우하소서! 주여, 빨리 오시어 우리를 도와주소서! 우리들의 생명을 모해하기로 경영하는 무리들이 부끄러워하게 하시고 놀라워하게 하소서! 친애하는 신부님들, 열절한 기도로 우리 전교 지방과 우리 교우들을 도와주소서. 나는 포졸들의 포위망을 빠져나가기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불쌍하고 가련한 전교 지방을 여러분 신부님들께 맡깁니다.

- 최양업, 열여덟 번째 마지막 편지 -



기도합시다.

세상을 위하여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우리의 죄를 속량하시기 위하여 값진 피를 흘리신 주여, 우리의 겸손된 기도를 받아 주시어 분단의 벽을 깨뜨려, 갈라져 있는 겨레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고 용서와 화해의 은총을 내려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주의 기도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14 처. 예수,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

+ 예수 그리스도여.... ◎ 주의 십자가로...



두 사람은 예수의 시체를 모셔다가 유대인들의 장례 풍속대로 향료를 바르고 고운 베로 감았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곳에는 동산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는 아직 장사 지낸 일이 없는 새 무덤이 하나 있었다.... 그들은 예수를 거기에 모셨다(요한 19,40-42).

그러기에 내 마음 즐겁고, 육신마저 편안히 쉬오리니, 내 영혼을 지옥에다 버리지 않으시리이다. 썩도록 아니 버려 두시리다(시편 15,9-10).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요한 12,24).



작년에 내가 어느 동리에 들어가서 미사를 지내려 할 때 배교자들이 포졸들을 데리고 나를 습격하기 위해 쳐들어 왔다가 교우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한 일이 있었습니다. 저들은 그 후에도 교우들을 잡아가둘 음모와 방법을 연구하며 그리스도의 이름을 이 나라에서 완전히 박멸하려고 하였으니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 최양업, 열두 번째 편지 -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열심을 일으키고, 성사를 받고 감격해 하는 모양은 어디서나 한결같습니다. 우리 교우들은 이런 천상 보화를 얻기 위해 어떤 희생이라도 아끼지 않습니다.

- 최양업, 열두 번째 편지 -



기도합시다.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돌 무덤에 묻히신 주여, 우리로 하여금 진실로 통회속에서 항상 깨어 있게 하시며, 당신 자비의 품속에서 부활의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또한 천상 보화를 얻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은 우리 순교선열들의 용기를 본받아 이 땅에 평화와 일치를 이루는데 한 알의 작은 밀알이 되게 하소서.

주의 기도 ◎ 어머니께 청하오니...

마침 기도

나는 세상의 빛입니다.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입니다(요한 8,12).



우리의 모든 희망이 주의 인자에 달렸고, 우리의 의욕이 주의 성의에 달렸기 때문에 남은 것은 예수와 한가지로 죽고, 예수와 한가지로 묻히는 것뿐입니다. 이제 붓을 놓으며 허약한 나와 불행한 나의 고국을 신부님과 이 소식을 듣게 될 모든 이들의 열절한 기도에 맡깁니다.

- 최양업, 네 번째 편지 -

그리스도의 유약한 딸들의 초인간적 용맹에 감탄하시기 바랍니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께서는 그리스도의 오상을 보시고 새로 탄생한 조선교회를 길이 보존하여 주십시오.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늑골을 친구하며 여러분께 하직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그분 안에서 우리가 서로 만나 무궁한 복락을 누립시다.

- 최양업, 순교사기 대역 -



기도합시다.

천주여 부활의 희망 속에서 그리스도의 죽음을 기념하는 우리에게 축복을 내리시어 우리의 믿음이 굳세어지게 하시고 이 땅에 평화와 일치의 은총을 내려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남북한 공동기도, 평화의 기도

+ 평화의 모후여 우리를 위하여 빌으소서.

◎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 성녀들이여 우리를 위하여 빌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