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을 숲의 빈 벤치에 앉아

새 소리를 들으며 흰구름을 바라봅니다

한여름의 뜨거운 불볕처럼 타올랐던

나의 마음을 서늘한 바람에 식히며 앉아

있을 수 있는 이 정갈한 시간들을 감사합니다

 

대추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우리집 앞마당.

대추나무 꼭대기에서 몇 마리의 참새가 올리는 명랑한 아침기도

바람이 불어와도 흩어지지 않는 새들의 고운 음색

나도 그 소리에 맞추어 즐겁게 노래했습니다

당신을 기억하며 —

 

한 포기의 난(蘭)을 정성껏 키우듯이

언제나 정성스런 눈길로 당신을 바라보면

그것이 곧 기도이지요?

물만 마시고도 꽃대와 잎새를 싱싱하게 피워 올리는

한 포기의 난과도 같이,

나 또한 매일 매일 당신이 사랑의 분무기로 뿜어 주시는 물을,

생명의 물로 받아 마신다면 그것으로 넉넉하지요?

 

기도서 책갈피를 넘기다가 발견한 마른 분꽃 잎들.

작년에 끼워 둔 것이지만 아직도 선연한 빛깔의 붉고 노란 꽃잎들

분꽃 잎을 보면 잊었던 시어(詩語)들이 생각납니다

당신이 정답게 내 이름을 불렀던 시골집 앞마당,

그 추억의 꽃밭도 떠오릅니다.

 

급히 할 일도 접어두고 어디든지 여행을 떠나고 싶은 가을

정든 집을 떠나 객지에서 바라보는 나의 모습, 당신의 모습, 이웃의 모습

떠나서야 모두가 더 새롭고 아름답게 보일 것만 같은 그런 마음

그러나 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오늘을 더 알뜰히 사랑하며 살게 해 주십시오

 

이해인 <가을편지>

 

 

떼제노래와 함께 하는 기도모임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일시 : 9월 28일 (수) 

시간 : 7시45분부터 (성가연습)

장소 : 교육원